일단 시작하기 전에 나의 소개부터 해주겠다.
나는 뒹굴뒹굴하는 것을 좋아하고 귀찮은 것을 아주 싫어하는 극히 평범한 소년이다.
귀찮은 것을 전부 없애고 오로지 침대 위에서만 살고 싶다는 평범함의 극치인 이것이 나의 소원.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기본적인 것은 모두 끝내고 나는 귀찮지 않은 인생을 손에 넣었다.
“야, 일어나!”
―아니, 그럴 터였다.
오늘도 여전히 쓸데없는 노력으로 나의 짜증나는 형은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길질을 통해 열심히 깨우고 있다.
솔직히 이런 쓸데없는 노력이나 할 거면 쓸모 있는 노력이나 하는 것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고.
그렇게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냥 무시하고 달콤한 꿈의 세계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착하게, 귀찮아도 짜증나는 형을 참고 제대로 상대해 준다.
“…왜 그러는 거야……?”
그래도 졸린 말투와 짜증나는 얼굴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솔직히 내가 상대해 주니까 그것만으로도 됐다고 쳐! 욕심쟁이는 나중에 인기 없어진다아〜.
열심히 일어났지만 아직 너무나도 졸린 나를 보고 형은 단 한마디만 했다.
“일어나.”
짜증나 보이는 형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짜증나 보인다. 아마 기분 탓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형의 말은 참으로 짧아서 좋았다. 마치 듣는 이인 나를 배려한 듯한, 감탄이 나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항상 있는 일이니까 일일이 감탄하면 내가 피곤하다.
이렇게 항상 하는 일, 항상 하는 대화―즉, 일상이라는 것이 시작된 것이다, 라는 의미로 나 역시 매일 같은 말인, 내가 일상 대화라고 부르고 있는 아주 간단한 한마디로 되받아쳤다.
“싫어.”
참으로 간단하고 귀찮지 않는 좋은 말이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얼마 안 되는 말 중 하나이다.
역시 모든 말은 단답형이여야 지루하지 않고, 귀찮지도 않는 좋은 말이 되는 것 같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귀찮지 않는 거지만….
아무튼 나는 그 좋은 말을 끝내고 그대로 다시 이불을 덮었다. 아주 푹신푹신하고 좋은 이불이었다. 이 이불을 만든 사람은 필시 뭘 좀 아는 사람이 분명하다.
역시 따뜻한 게 좋구나〜. 뭔가 갑자기 애늙은이가 된 느낌이 들지만 그건 은근슬쩍 넘어가고.
열심히 자려고 했을 때였다. 또 형이 참으로 좋아하는 일상이란 것을 다시 시작했다. 그것도 이번 것은 항상 있는 거지만, 그중 제일 귀찮은 걸로.
“싫어, 가 나오냐! 빨리 안 일어나!”
라면서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이불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열심히, 모든 에너지를 써서라도 일어나 대충 대답하며 평소처럼 형을 무찌르기 위한 무기를 사용했다.
“그래그래. 그것보다 학교 안가?”
그렇다, 이것이 나의 비장의 무기. 하지만 효력은 역시 이 시간 때에만 있다. 그러므로 한정됐지만, 강한 무기라는 말씀!
내 말에 형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허겁지겁 달려갔다. 이것도 늘 있는 일이지만 역시 언제 봐도 좋은 것 같다. 나를 깨우다가 재빠르게 달려가는 체육계 고등학생의 등교하는 모습이 말이야.
참고로 난 이미 월반으로 대학 과정까지 모두 끝냈기에 학교는 안 가도 된다. 그때가 한 중학교로 막 올라가야 하는 나이였을 것이다. 물론 다른 또래 아이들이 입학식을 치르고 있었을 때, 나는 대학교 졸업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일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아직 내 나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나는 다시 잠에 들었다.
솔직히 생각하면 성인이 되는 해에 부모는 분명 일하라고 시끄러울 것이다. 지금도 시끄럽지만…….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소중하고 유용하게 쓰고 있다. 잠을 자는 아름다운 일에 말이다.
봐봐, 이렇게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 나를 방해하는 그놈의 형은 도대체 뭐야? 나중을 대비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순순히 일할 생각은 죽어도 없지만.
푹신푹신한 침대와 이불의 감촉과 적당히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으로 인해 나는 잠들어 버렸다. 이것이 잠자기 좋은 날이라는 것이겠지. 이런 날을 놓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수면의 신께 참으로 죄송하다. 그러니 잘 것이다. 솔직히 그딴 신은 필요 없고, 그냥 잘 것이다.
나는 또다시 아주아주 좋은 꿈을 꾸며 잘 자고 있었다.
꿈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애초에 꿈을 꾸는 것은 푹 자지 못한 것이라고 어디서 들었지만, 역시나 엉터리였다.
지금 내가 꾸고 있는 꿈은 꿈의 다양한 종류 중 행복이라는 분류에 들어가는 것이 분명한 참으로 이상적인 꿈이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잠만 자는 아주 좋은 꿈이었기에 푹 자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니 그 어디선가에서 들은 그 말은 순 엉터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형식으로 진짜 실현될지는 나도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누구나가 역시나, 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말한다. 그 뒤로 나는 계속 자고 있었다. 몇 분, 몇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잘 자고 있었을 때, 나는 이변에 눈치 챘다.
나는 이변을 몇 가지 정도 느꼈다.
우선, 뭔가 엄청나게 집이 더웠다. 그리고 무언가 타는 냄새까지 났다.
아무리 그래도 가을에 여름처럼 난방을 빵빵하게 트는 미친 사람은 없을 테고, 또 누군가가 무언가를 이 집에서 태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 일로 잘 안계시고 형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나가기에 이것 역시 미친 사람이 나오지만 그런 미친 녀석을 알고 있지 않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인 건가. 나는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아무리 이런 환경이라도 문제없이 잘 수는 있지만 일단은 상황파악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열심히 일어난 나는 대략 1초정도 놀란 것 같았다. 더 놀라 있으면 피곤하기도 하기 때문에 열심히 절약했다.
일어난 나는 목격했다.
자신의 방문 틈새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덤으로 밖도 엄청 시끄러웠다. 그리고 아까 말한 고온의 집안 온도와 탄내로 인해 나는 화재가 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원인이 옆집에 있다는 것도.
아까 말했듯이 우리 집의 모든 것은 형이 완벽하게 처리하고 관리한다. 역할적으로 따지면 나는 수면담당이고 형은 가사전반담당이다. 그러니 우리 집에는 불날 요소는 없다. …아마도.
일단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화재가 일어났다, 라는 이유로 나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만들어졌다.
첫 번째는 탈출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냥 여기서 죽는다. 이런 선택지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밖에는 불길이 있는지 활활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첫 번째는 이미 탈출경로를 생각했기에 쉽게 나갈 수 있다. 이건 그리 어렵지 않는 선택이다. 솔직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평범하다. 그러니 평범한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은 분명 자연스럽고 평범한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선택을 주저할 필요 없이 실행에 옮긴 나는 일단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상태로 팔을 들고 기지개를 폈다. 그 다음으로 이불을 잘 정리하고 잡아서 그대로 누움과 동시에 어깨까지 뒤집어 덮고 잠을 청했다.
아무도 내 잠을 방해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잘 것이다. 탈출하려고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걷는 것도, 손잡이를 돌리는 것도, 앨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열심히 내려가든가… 솔직히 다 귀찮아. 자는 것이 더 귀찮지 않고, 더 파라다이스고, 더 천국이야!
―라는 의미로 나는 아까의 행복한 꿈과는 살짝 달라도 이상적인 ‘자면서 죽는다.’ 라는 형식으로 죽을 수 있었다. 잘됐다, 잘됐어.
'나태하신 참모님에게 평온과 수면을 > M 본편 & 외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태하신 참모님 본편 (0) | 2021.01.05 |
---|